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삶의 방식과 그린뉴딜’ 강연
“미국·EU 등 탄소국경세, 재생에너지 제품 인증 등 관련 논의 활발”
“기후변화, 무역규제·국제질서 문제 등도 포괄…대외의존도 높은 한국, 적극대응해야”

그린뉴딜은 세계적 대세입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단순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무역·국제질서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30일 부산시청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삶의 방식과 그린뉴딜’ 강연자로 나선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홍윤 기자30일 부산시청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삶의 방식과 그린뉴딜’ 강연자로 나선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홍윤 기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30일 부산시청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삶의 방식과 그린뉴딜’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후변화문제를 단순한 환경·생태문제로 보는 시각에 머문다면 좁게 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유진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위해 그린뉴딜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오고가고 있다. 미국은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그린뉴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EU도 이미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EU그린딜을 채택해 관련 제도를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 관련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외에 불평등 해소, 무역규제, 국제질서 등의 문제를 포괄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그린뉴딜을 거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예시로 그는 EU탄소국경세와 RE100을 소개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순수출국에 대한 관세를 매기는 것이고 RE100은 00%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우선 이 연구원은 EU의 탄소국경세에 대해 “EU가 2021년 하반기 탄소배출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위해 준비 중”이라면서 “우리나라는 탄소 순수출국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RE100에 대해서는 “한국기업들이 잘 동참하지는 못하는 편”이라면서 “최근 애플코리아가 SK하이닉스에 대해 자사에 납품하는 제품에 대해 재생에너지 달성률 100%를 요구해 협약을 맺는 등 민간에서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판매를 금지할 계획을 밝힌 국가가 늘어나고 있어 주 수출품인 지금대로라면 자동차에 대한 타격도 예상된다. 독일의 경우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량 판매금지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그는 “2017년을 기준으로 200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추세를 살펴보면 선진국이 대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가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늘었다”면서 “영국이 35%, EU가 15% 줄였고 심지어 미국과 일본도 각각 11%, 5% 줄였는데 우리나라면 해당기간동안 47% 늘었다”고 밝혔다.

또 OECD국가의 발전원별 발전량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석탄발전의 비중이 45.1%에 달해 OECD국가 평균 25.8% 훌쩍 넘어간다. 탄소국경세와 RE100과 같은 환경규제에 적응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아직까진 미온적이라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특히 그린뉴딜을 위한 청사진이 명확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중심에 두지 않았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그린뉴딜 논의가 확산될 때 우리나라에 별 울림이 없었다”면서 “코로나19가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을 포함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수소·전기차 몇 대 보급과 같은 단편적 지표로 그린뉴딜을 말하고 이로 인해 좌초될 산업·일자리·인프라 등에 대한 논의 없이 잘되는 분야만 얘기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그린뉴딜이 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 계획’, 온실가스 감소량을 중심으로 한 지표 및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이 말하는 ‘포괄적 계획’은 파편적인 계획이 아닌 사회체계 전반에서 탄소제로화를 이룰 수 있는 큰 계획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단순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제로화를 이룰 수 있는 운송체계 전반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린뉴딜 계획에 ‘불평등’ 해소에 대한 계획도 미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후보가 4년동안 2400조원을 투입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이뤄내고 2035년까지 전기생산에서 탄소배출 제로화 계획을 밝혔다”면서 “이중 600조원을 가난하고 실업률 높은 곳에 집중해 불평등을 줄이는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라는 상황이 심각하고 엄중하지만 불평등과 먹고사는 문제를 두고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그린뉴딜을 통해 화력발전소와 같은 많은 인프라가 좌초 인프라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대신 공공병원이나 대중교통, 폐기물 처리, 녹지 등 생활 속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인프라로 재편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최근 부산시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덕신공항’을 포함한 공항을 좌초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며 신중함을 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해외를 왕래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으로 항공기가 배출하는 탄소에 대한 규제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이 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가 더욱 절실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핵심 공공의료시설이 부족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경우 타격을 입는 산업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후위기 적응위험도를 따져봤을 때 전국에서 부산 연제구, 영도구, 남구, 서구가 1위부터 4위를 모두 차지했다”면서 “이는 의료인프라가 적고 열대야 일수가 긴 것이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 외에 탄소배출량을 줄일 경우 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조선소나 자동차 관련 기업이 몰려있는 경남 거제와 울산이 꼽히기도 해 부산경제에 대한 간접적인 악영향을 우려하게 했다.

이유진 연구원은 “그린뉴딜은 이미 세계적 대세고 우리나라도 넷제로 완료시점을 보고하고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대세에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면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열리고 특히 부산과 서울은 내년에 보궐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홍윤 기자 forester87@leader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