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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염원이 바다를 이룰 때 중단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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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홈지기 작성일2010-10-06 20:19 조회 : 4,911회 댓글 :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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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대학교 민주동문회 소식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4대강 사업 반대!! 국민 염원이 바다를 이룰 때 중단은 가능하다.

  한낮의 열기는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마당 끝 담벼락 풀벌레 소리가 소란스러운 것이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뜨거운 7월의 어느 날 온몸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뜨겁게 달구어진 크레인에 올랐던 활동가들이 8월의 마지막 날에야 내려왔다. 아무리 더워도 덥다 소리 말자며 함께 보낸 여름, 어느 해보다 길었다.

  46억 살이라고 알려진 지구의 역사에 비해 겨우 2백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인류의 역사는 하루살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70년 남짓 사람의 수명이야 말해 무엇할까? 땅, 하늘, 강. 지구를 이루는 생명들의 터전과 거기 깃들어 살고 있는 생명들(뭍 생물들과 돌과 바람 같은 유형과 무형,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한다)이 일구어 놓은 질서는 3,4백년에 불과한 기계화, 산업화의 역사에 비하면 너무나 존엄하고 숭고하다.

  인간의 지위를 지구상에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한 종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까지는 낮추지 않더라도, 인간이 이 땅을 다스리는 사명을 부여받은 특별한 종이라고 하여도 설마 신께서 인간에게 이 땅을 다스리는 사명을 주셨을 때 이렇게 함부로 대하라고 하셨을까? 인간은 매일매일 따먹지 말라한 선악과를 따먹고 있다. 유전자 조작이니, 생명복제니 하며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산과 강과 거기 깃든 뭇생명들의 세계를 마구 부수고 파헤치며 신의 질서를 전복하려는 교만을 멈추지 않는다. 신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사명은 만드신 솜씨를 더 잘 보존하고 돌보고 관리하는 일이다.

  7월 22일, 그 무덥던 여름 한복판의 어느 날, 인간 허세와 오만의 상징, 이포와 함안보에 다섯 명의 젊은이가 올랐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어도 한국사회는 이제 최소한의 상식과 보편적 윤리가 통할 것이라. 지금껏 일구어 온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성숙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던 많은 국민들은 그런 무지막지한 공사같은 일은 절대로 실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정치인의 황당한 공약에 그치고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정도의 검증 시스템은 이미 한국사회에 정착되어 있으리라. 그런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고 수년에 걸친 논란과 갈등을 좁혀 보려는 일고의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없이 기어코 전국의 강들이 산산히 파헤쳐지고 그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생명들이 신음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그리 크지 않은 개발사업으로부터 한 개 강의 일부, 한 개 습지의 부분을 지키기 위해서도 숱하게 토론하고 싸우고 때로는 지켜내고 때로는 막지 못하고 하면서 해 온 많은 운동들을 너무나 쉽게 허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다. 전국의 큰 강들을 동시에 허물고 부수고 긁어내고 메워서 그 강 주변의 수백수천의 습지를 파괴하고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환경을 깡그리 파괴하고 위기종들을 멸종으로 내몰고, 터를 잡고 살아가는 농민, 소규모 골재채취업자 등 사람의 생계 터전을 앗아가고 하는 일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은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다. 이렇게 방대한 규모의 파괴가 눈과 귀를 막은 정부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껏 해 온 제방축조와 직강화라는 치수위주의 하천 관리가 오히려 홍수피해를 막지 못하였고, 옛 홍수터의 복원과 천변저류지 조성 등으로 하천을 관리하자는 것이 오랜 하천관리 행정의 역사 속에 합의되어 가던 시점이다. 인공댐을 허물고 자연의 흐름을 회복하는 일은 이제 하천관리의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 가고 있다. 각종 인공구조물의 철거와 생태하천으로의 복원이 하천 정비의 주요 방향이 되었으며, 법정 홍수기(6/21~9/20) 동안의 공사 중단은 하천 정비에 있어서 주요 매뉴얼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수많은 종교인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반대와 국민 70%가 반대한다는 조사에도 불구하고 4대강 공사를 밀어붙였다. 6.2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을 수용하고, 법정 홍수기도 다가오고 하여 공사가 좀 쉬어 갈 수 있을 것이며, 그러는 동안 국민적 합의를 모아 갈 기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정부는 홍수기를 불문하고 밤낮없이 공사를 강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눈과 귀를 열어 소통할 것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 같은 것은 일방적인 선전과 홍보로 눌러버리고, 다리하나 길하나 넉넉한 보상금, 단체 관광 같은 것으로 선량한 지역민들을 현혹해 가며, 온갖 절차와 제도를 건성으로 뛰어넘으며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깊이 2m이던 준설계획은 6m가 되었고, 1~2m 규모의 자연형 보 4개는 10m 높이의 대형 보 16개로 늘어났으며, 천변저류지 조성은 21곳에서 3곳으로 줄었다. 산을 도막내고 장거리 대형터널을 뚫는 친환경 고속도로, 방대한 규모의 보존가치가 높은 숲을 베어내는 친환경 골프장 건설사업. 사업의 내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사업의 이름은 거짓의 껍데기를 둘러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 이름에서부터 그야말로 4대강과 강의 생명들을 죽이는 사업임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어느 국제회의에서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을 저탄소녹색성장 사업의 하나로 자랑하여 대한민국의 국격을 실추시켰다. 한 종교인의 몸을 불사른 항거도, 지방선거의 민심도, 객관적인 논의와 검증기구 마련이라는 각계의 요구도, 법정홍수기도 모두 무시한 채 사업은 무모해지기만 했다. 일단은 공사를 중단하고 정부가 대화의 자리에 나오게 만들 방법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다섯 명의 환경활동가들이 낙동강의 함안보와 남한강의 이포보에 동시에 오른 일은 그래도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의 표현이었다. 소통부재의 현 정부를 반대하는 많은 국민들의 암묵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활동가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방문과 성금, 공사현장체험, 조사, 촛불이 줄을 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각 분야의 각 시민단체들이 방문하였고, 정치인들이 방문하였으며,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작은 풀뿌리 단체나 주민모임, 초중고 동아리 학생들, 대학생 순례단, 가지가지 사안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4대강 사업 지역의 주민단체들, 휴가를 맞은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방문하여 매일 4대강 반대 미사를 열고, 저녁마다 촛불을 켜고, 주말에는 큰 규모의 문화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는 하루하루가 갔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열흘이 가고 스무날이 가도 법정 홍수기 공사중단과 진심어린 소통을 통한 객관적인 대안검토, 국회 4대강 사업 검증특위 구성은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수자원공사와 제풀에 지쳐 꺾이기를 바라며 더욱 생존 조건을 교란하고, 고립감을 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공농성자들을 괴롭혔다. 중단은커녕 공사는 더욱 속도를 내어 밤에도 서치라이트를 켜고 공사를 하였다. 생명의 질서를 회복하고 생명을 보존하자는 운동을 하면서 활동가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일이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다시 모으고 깨어서 함께 하는 국민들의 지지가 절정에 있을 때 또 새로운 운동이 요구되었다. 20일째인 8월 10일 태풍 뎬무를 앞두고 함안보의 활동가들이 먼저 타워크레인을 내려왔으며, 또 그만큼을 더 버티고 8월 31일 이포보의 활동가들도 국민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운동을 약속하며 농성을 풀었다. 현 정부는 소통할 의사도 능력도 아니 소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차도 모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다시 고공농성 기간에 보여 준 국민적인 관심을 모두 모을 때다. 아무리 눈과 귀를 막은 정부라도 국민적 관심이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 때 4대강 사업은 중단될 수 있을 것이다. 복원과 회복의 더많은 비용을 치루기 전에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전국 각처에서 4대강 반대 활동이 연일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는 보호종인 맹꽁이가 발견된 삼락둔치 습지를 4대강 사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시민농성이 현장에서 진행 중이고, 11일 오후5시 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보신각 사이에 4대강 생명살림 인간띠잇기와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다시 촛불을 모을 때이다.

최**(환경공학과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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