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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거대한 콘크리트 괴물, 해운대를 덮친다_장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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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홈지기 작성일2011-08-31 20:23 조회 : 5,716회 댓글 :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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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콘크리트 괴물, 해운대를 덮친다

개발과 탐욕의 쓰나미가 해운대를 덮친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해변에 108층과 87층 또 87층의 거대한 콘크리트 빌딩을 세 개씩이나 들이박을 모양이다. 명성 높은 해수욕장에 이런 무지막지한 공사를 벌이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다. 천혜의 자연, 해운대를 망하게 할 이 공사는 이제 해운대 구청의 승인절차만 남아 있다. 억장이 무너진다. 해운대관광리조트 공사는 개발과 특혜와 변칙과 반칙에 무감각해진 이 시대의 질병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징후이다.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임이 분명한 데도 그것을 발전이라 호도한다. 일출을 자랑하는 해운대, 그 해운대 일대는 머지않아 거대한 빌딩들의 검은 그림자에 뒤덮이고 말 것이다.

우리 앞에 두 개의 해운대가 있다. 하나의 가능성. 해운대 관광리조트 공사에 뒤이어 다른 업자들도 건축허가를 따낼 것이고 마천루들이 해변을 따라 줄지어 들어선다. 그리하여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산은 바다를 만나지 못하고, 바다는 산을 만나지 못한다. 해운대 시가지는 장산과 마천루 사이의 푹 파인 분지에 놓인 꼴이 되고 만다. 그 와중에서도 초고층 호화아파트의 입주자들은 산과 바다 양쪽을 다 볼 수 있다. 그들이 조망권을 독점하고 해변을 앞마당으로 즐기는 가운데, 나머지 주민들의 일상은 교통지옥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대형마트가 들어섬으로써 재래상가는 몰락한다. 갈매기들마저 그 절벽의 높이를 감당하지 못하여 동선을 상실한 채 헤맨다. 마천루에 둘러싸인 해변은 초라한 몰골로 전락하고, 빌딩에 부딪쳐 생긴 역풍으로 모래사장은 쓸려가며, 관광객들은 차츰 발을 끊는다.

또 다른 해운대. 수만 평의 황량한 땅에 수천 그루의 해송을 심는다. 해송 숲 위로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선회한다. 푸른 송림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파도는 쉼 없이 되살아나며, 작은 산책로들은 여기저기로 이어진다. 곳곳의 벤치들은 삶에 지친 시민들을 맞는다. 주변 지형에 어울리게 만든 숲 속의 광장에 ‘나는 가수다’도 초청하고, 전국노래자랑도 유치한다. 케이팝 콘서트도 열고, 국제영화제도 개최하고, 조용필도 조수미도 초청한다. 모든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운대 평화의 공원.

이는 결국 독점과 폐쇄의 문화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공생과 광장의 문화를 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소유의 독점을 넘어 휴식마저도 장악하려는 자본의 탐욕, 그 앞에 무너질 해운대를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 국내외의 관광객들이 잿빛 콘크리트 기둥들을 보러 올 것인가 아니면 갈매기 자유롭게 나는, 넓고 푸른 송림을 보러 올 것인가는 불문가지다.

특정건설업체의 이익을 위해 여러 단계의 특혜를 베푼 부산시 당국에 커다란 책임이 있다. 교통영향 평가도 환경영향 평가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이런 거대한 공사를 벌이면서 부산시는 단 한 번의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 그러고는 중심미관지구를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하는 특혜를 베풀어, 지금까지 민간아파트 허가가 나지 않았던 곳에 건축 허가를 내준 것이다. 대형수족관인 ‘아쿠아리움’ 관광시설도 해변의 조망을 위해 지하에 허가했던 안목은 어디로 내팽개쳤던가. 애초에 그 일대를 군사 부지에서 해제할 때도 시민공원을 만든다는 명분이 아니었던가? 아파트 개발로 이익은 사업자가 모두 가지고, 이로 인한 피해와 교통지옥은 시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이 사업을 그대로 둘 것인가? 공사시행업자도 다시 생각해 보시기를. 아름다운 자연을 자기 손으로 망가뜨렸다는 죄업을 짓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부산시당국과 도시계획 심의위원단이 자기들끼리 모여 통과시킨 심의의 과정은 재검증 받아 마땅하다. 스카이라인 붕괴를 막기 위해 층수를 제한했던 부산시가 이번에 제한을 푼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정책의 일관성에도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부산시장이 임명한, 그 대부분이 교수들로 이루어진 25명의 심의위원회 위원들은 해운대 백사장에 왜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들을 박아야 하는지 그 소신을 당당하게 밝힐 일이다. 회의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시공업자의 사업성만 고려하고 공공성을 도외시한 채 민간 아파트, 초호화아파트 995세대의 신축을 허용한 소위 전문가들의 안목을 믿을 수 없다. 해운대의 운명에 결정타를 가한 그 이름들을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장산 일대와 해변을 산책하다 가끔 만나게 되는 해운대 구청장의 양식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부산광역시 사무위임 조례규정에 따라 이행하는 것으로 법률적 저촉사항이 없으면 임의로 반려하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승인하겠다.” 라는 의례적인 말만 되풀이 하지 말고, 해운대의 먼 장래까지 염려하는 사려 깊음을 보여주시기 바란다. 이런 엄청난 일 앞에서 ‘조례규정’ 운운하는 것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책임회피 발언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해운대를 사랑하는 주민의 마음으로 공사의 문제점을 공정하게 되짚어 주시리라 기대한다.

장산에서 춘천으로 그리고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아름답다. 어둡던 마음도 산책을 하다 보면 환하게 밝아진다. 친구들과 이웃들과 복국에 대구탕에 소주도 막걸리도 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있는 사람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이웃도 자연도 내팽개치면 그 공동체의 몰락은 필연이다. 천 세대 남짓한 부자들에게 해운대의 조망권을 독점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모든 주민, 시민이 천혜의 보물 해운대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가는 결국 깨어 있는 부산시민, 해운대 주민의 하나 된 힘에 달려 있을 것이다. 참, 해운대 구의원 세 분은 지금도 구청 현관에서 항의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장희창(동의대 교수, 해운대 장산보존네트워크 위원)
          사)환경과 자치연구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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