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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비극’ 망각에 던지는 돌팔매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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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홈지기 작성일2012-03-12 15:14 조회 : 4,668회 댓글 :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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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비극’ 망각에 던지는 돌팔매

등록 : 2012.03.09 21:13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정남구 지음/시대의창·1만6500원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1986년 ‘최악의 원전사고’라고 불렸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원전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박사 등이 2010년 낸 책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04년까지 전체 98만5000명에 이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추측했다고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건 ‘핵발전이 아닌 핵무기’였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인류에게 이렇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준 원전은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원전은 살아남았고,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3월11일 이후 후쿠시마에서 비극은 재연됐다.

당시 도쿄 특파원으로서 일본 현지에서 원전에 대한 심층 취재를 계속했던 정남구 <한겨레>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관성은 무섭고, 인간은 망각에 뛰어나다.” 그동안 취재했던 내용을 정리해 펴낸 책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은, 그래서 “그 관성과 망각에 던지는 작은 돌팔매질”이라고 한다. 기자가 쓴 책답게 책 속에는 원전에 대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광범위한 영역의 지식들이 깨알같이 담겨져 있다. 그와 함께 담긴 것은 “(취재 과정에서) 욕실에 들어가 몇 번을 목 놓아 울었던” 절박한 인간의 마음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따져묻는 무겁디무거운 문제의식이다.

특파원이 후쿠시마 사고 재구성
인간의 오만·탈원전 흐름 담아

지은이는 우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발생·전개 과정을 낱낱이 풀어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펼쳐 보인다. 대지진에 따른 해일이 후쿠시마 원전의 비상대처 능력을 어떻게 무력화시켰는지, 방사선 오염이 어떻게 확산됐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 또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밝히기 위해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자료들을 넘나든다. 1999년 일본 도카이무라에서 발생한 핵연료 사고로 피폭한 직원이 세포를 다시 만들어내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다 피폭 80여일 만에 세상을 떠난 사례는 방사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방출된 방사성 물질 세슘137은 히로시마 원폭 때마다 168갑절 많다고 한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을 따라가 보면, 결국 ‘원자력은 이렇게 치명적인데 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닿는다. 더군다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비극을 겪은 일본에서 왜? 겉으론 ‘핵무기’를 ‘핵의 평화적 이용’과 분리시켜놓고, 사실상 원전 개발을 통해 핵무장을 하려는 원자력 추진 세력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한다. 또 그 속에는 ‘원전 머니’에 길들여진 학계와 언론계, 낙후 지역이 ‘지역개발’이라는 금전적 보상 때문에 원전을 수용하는 구조적 문제 등 갖가지 사회경제적 배경들이 촘촘히 얽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걸어온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체르노빌과 스리마일에서 최악의 사고를 겪고도, 외면할 수 없는 핵분열의 위험성을 끝내 외면해버린 인간의 오만이 후쿠시마 사고를 불렀다. 그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인간은 핵무기·핵발전을 거부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다시 거세게 부는 ‘탈원전’의 바람과 그 전망을 소개하는 한편, 원전이 세워진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및 지역 재정 문제의 해결과 탈원전에 따라 생기는 경제적 부담을 사람들이 기꺼이 감수할지 여부가 탈원전의 관건이라고 짚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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