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사단법인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 HOME
  • 활동
  • 활동소식

활동소식

((환경소식))그들은 왜 용광로에 쇠똥을 넣을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 홈지기 작성일2015-02-16 14:00 조회 : 4,572회 댓글 : 0건

본문

그들은 왜 용광로에 쇠똥을 넣을까?

등록 : 2015.02.01 17:06 수정 : 2015.02.01 22:27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방열복을 입은 직원들이 쇳물이 통로를 따라 토페토카(쇳물을 담아 옮기는 차량)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제철 제공

한우는 하루에 14.6㎏, 젖소는 45.6㎏의 변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의 분뇨배출량은 연간 2300만톤이다. 수분을 쫙 빼면 약 350만톤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완전한 폐기물 처리가 불가능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농번기 비료로나 활용되는 축산폐기물인 쇠똥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친환경 제철소’ 변신을 위해 환경친화적 자원을 찾아 나섰던 현대제철이 쇠똥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말, 우분(건조된 쇠똥 고체연료)을 활용한 친환경 제선(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는 것)기술을 3년 만에 성공시켰다. 제철소 연료로 쇠똥을 사용한 건 국내외 제철소 통틀어 처음이다.

“쇠똥, 잘 탑니다. 연소 효율이 좋아 조연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죠. 생똥은 수분이 85% 정도라 연료화하려면 수분을 20% 미만으로 줄여야 합니다. 톱밥을 깔면 수분이 65% 정도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분을 만들어 실험해보니 고로(철광석을 녹여 주철을 만드는 시설) 안의 연소 효율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축산폐기물까지 처리할 수 있어 일석삼조죠.”(김병철 현대제철 제선기술개발팀 과장)

지난 1월22일 찾은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선연구동에선 쇠똥을 활용해 쇳물을 만들어내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실제 고로와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놓은 ‘고로 연소성 평가장치’(모의 고로)를 이용해 우분 실험을 진행했다. 기술유출 우려로 사진촬영도 불가능한 첨단 기자재들 옆엔 각종 시료들이 플라스틱 통에 담겨 선반에 놓여 있었다. 쇠똥, 볏짚, 코코넛 껍질, 왕겨, 야자 껍질 등 다양했다. 자연 상태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즉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생물체 시료들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활용 실험
석탄가루 대신 말린 쇠똥 넣어 제선

우리나라 연간 쇠똥 2300만톤 발생
제철에 다 쓰면 석탄 2200억원 대체

말린 쇠똥 활용 경제성도 매우 높아
연소효율 30% 상승, 온실가스도 감축

“올해 추가 실험, 기술 상용화가 목표”
농가 “축산폐기물이 대체연료” 기대 


분뇨는 기술만 접목되면 에너지화가 가능하지만 모든 동물의 분뇨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돼지나 닭과 같은 잡식성 가축 분뇨는 유기성 물질과 불순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수분이 높다. 직접 연소가 힘들어 연료화하려면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회수하는 등의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반면 말이나 소 같은 초식동물은 분뇨에 불순물이 적고 건조됐을 때 연소가 쉽다. 쇠똥으로 만든 우분은 가볍고 고약한 냄새도 약하다. 모양은 흡사 숯과 비슷하다.

  
※ 이미지

쇳물은 실제 고로 안에 철광석과 코크스(석탄 덩어리)를 넣고 섭씨 150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다. 이때 연소를 돕고 원가를 줄이기 위해 코크스 대신 일부를 미분탄(석탄가루)으로 집어넣는다. 이 미분탄을 대신해 투입되는 게 우분이다. 쇳물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내려면 연료인 원료부터 친환경적인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미분탄과 말린 우분을 섞어 쓴 결과 연소 효율이 30%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친환경적 우분 연료는 경제성도 뛰어나다. 1톤의 우분 연료를 만들려면 약 6.5톤의 축산폐기물이 필요하다. 국내 우분 발생량인 연간 약 350만톤(건식 기준)을 전량 고로에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175만톤의 석탄을 절감할 수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석탄수입가로 단순계산하면 약 2200억원에 이른다.

더불어 1.4톤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 시행제도는 기업들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500여개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통보받고 환경부에 이의신청 및 건의사항을 제출한 상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배출권 할당량이 부족해 과징금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친환경 제철소를 표방한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현대제철은 “철강업계에서 친환경 제철소의 변신은 누가 먼저 하느냐의 차이일 뿐 모두가 언젠가는 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일단 지난해 12월 말 진행된 첫 우분 연료화 실험은 우려했던 문제점들을 많이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쇠똥의 물류화, 생소한 연료를 넣었을 때 고로 등 기존 설비시설의 안전성 문제 등이다. 우선 당진은 축산농가가 많아 재료 운반에 문제가 없었고, 실험 결과 설비시설과 조업 과정도 안전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한차례 더 우분 실험을 계획중이다. 지금까지 연구한 기술로 현재 7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추가로 3건의 특허 출원을 준비중이다.

쇠똥의 연료화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 기술은 아니다. 독일 등 선진국 등에서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국내 농업 부문에서도 재활용 방법을 찾아 노력해왔다. 정부 주도로 축산분뇨에서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생산한 메탄가스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사업 등이 진행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쇠똥의 자원화가 완전한 새 기술은 아니지만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가치를 심느냐가 중요할 듯하다”며 “농번기에 일부 비료로만 쓸 뿐 재활용률이 떨어졌던 쇠똥을 24시간 사용하는 공정에 쓸 수는 없을까 계속 고민한 결과가 우분의 자원화 기술”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폐기물 자원화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지역사회와 제철소가 ‘윈윈’ 하는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우분의 친환경 연료화 기술은 착착 진행중이지만 기술 상용화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축산농가의 협조, 기술 자동화 시설의 구축, 축산폐기물 처리에 관한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축산폐기물을 바이오매스 재생에너지로 재활용하는 수요처가 적어 재활용 설비를 갖추고도 그동안 우분을 동절기에 한시적으로 축사 보조연료로만 사용해왔다”며 “축산폐기물이 대체연료로 상용화되는 길이 열려 반갑다”고 말했다. 전형률 환경부 물환경정책국 유역총량과 서기관은 “화석연료 사용 절감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감축, 가축분뇨처리 다각화에 따른 축산농가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며 “기업과 지자체, 농민, 정부가 협력해야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래픽 임정 기자 imjung@hani.co.kr

이용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오시는길
(사) 부산경남 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 사업자등록번호 601-82-60199 | 대표자 함세영
(48729)부산시 동구 중앙대로 320번길 7-5, 3층(초량동) | TEL: 051)464-4401 | e-mail : pseni@kfem.or.kr
(c)Copyright eni.kfem.or.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