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빨대, 일회용컵, 비닐봉투 등은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이 고래나 바다거북 등 해양생물의 목숨을 위협하면서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됐다.

전 세계적으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확산됐고 각국은 플라스틱을 줄이기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포장이나 배달음식이 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플라스틱을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주된 쓰레기로 인식하고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bio plastic)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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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플라스틱’이란?

바이오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콩 등 재생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박테리아, 조류, 곰팡이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나 분해효소 등의 작용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된다.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폐기 후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문제가 없는 신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순환형 재료생산’이다. 자연계에 무한대로 존재하는 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사용된 후 버려지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고 다시 자연 상태로 돌아간다. 이후 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학계에서는 이런 방식이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문제와 자원부족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 중인 난분해성 플라스틱의 폐기물 처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유럽 플라스틱 대체재 스타트업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2023년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규모가 61억 달러(한화 약 6조 7,8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해외 기업에서는 각국의 플라스틱 줄이기 정책에 따라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에 나섰다. 쉬운 분리수거와 환경오염 없는 자연분해가 핵심이다. 미국의 글로벌 음료브랜드 코라콜라(Coca-cola)는 2009년 11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UN 기후변화협약’(COP15)에서 처음으로 식물성 친환경 용기 ‘플랜트보틀’(PlantBottle)을 소개했고 약 3년 후 2012년 시장에 선보였다.

석유에서 추출되는 에틸렌글리콜(MEG)은 기존 코카콜라 300ml 페트병의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플랜트보틀은 사탕수수에서 추출된다. 따라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의 감소를 유도하는 친환경 페트용기다.

코카콜라는 2015년 식물성 함유량을 30%에서 100%로 늘린 플랜트보틀을 밀라노 세계박람회(World Expo-Millan)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코카콜라 측은 “전 세계 600억 개 이상의 패키지에 플랜트보틀을 적용한 결과 2018 기준 43만m/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할 수 있었다”며 “약 1억 5,000L(100만 배럴)의 석유를 태우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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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bon-Negative Pet, 미생물 이용한 바이오매스 전환 기술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도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에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 기반의 스타트업 오리진 머티리얼스(Origin Materials)의 바이오 플라스틱은 폐목재와 펄프 등 100%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플라스틱 대체재다. 다시 말해, 미생물을 이용해 폐목재와 같은 바이오매스를 페트(PET)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Carbon-Negative PET’라고 부른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술로 바이오 페트를 만들 수 있는 정도는 30%다. 오리진 머티리얼스의 목표는 100% 바이오 PET 소재의 생수병을 개발하는 것이다.

2017년 글로벌 식음료 기업 다논(Danone), 네슬레(Nestlé), 펩시(Pepsi) 등이 투자에 참여하면서 ‘네이처올 보틀 얼라이언스’(NaturAll Bottle Alliance)를 결성했고 오는 2022년 매장에 오리진 머티리얼스가 개발한 생수병을 진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친환경 국가로 꼽히는 호주 스타트업 바이오팍(BioPak)은 호주에서 최초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식품 용기를 제조하면서 호주 전역의 카페, 레스토랑 등 요식업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강지선 호주 멜버른무역관이 2019년 7월 공개한 ‘호주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바이오 플라스틱’에 따르면 바이오팍의 제품은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 졌으며 전 제품 모두 재활용되거나 자연에서 분해된다.

바이오팍은 친환경 측면에서 사회공헌에 앞장선다. 수익의 7.5%를 환경단체나 커뮤니티에 기부한다. 기부금은 호주에 약 1만 그루의 나무를 심거나 뉴질랜드의 숲과 새를 보호하는데 사용된다.

바이오 플라스틱 스타트업 위바논(We Bar None)은 100% 썩어 없어지는 패키징의 에너지바를 출시했다. 창업자 엘렌 번스(Ellen Burns)는 3년의 시도 끝에 사탕수수와 유칼립투스에서 추출한 섬유소로 만든 자연분해 패키징을 영국에서 수입했다. 독일 국제인증기관 딘 서스코(DIN CERTCO)가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가 버린 포장지는 13주 후 완전히 썩어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벨기에 스타트업 두 잇의 친환경 그릇. (출처: 두 잇)벨기에 스타트업 두 잇의 친환경 그릇. (출처: 두 잇)

◇ 갑각류도 플라스틱 소재 될 수 있다고?

EU(유럽연합)은 2018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전략」(A European Strategy For Plastics in a Circular Economy)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영국은 2042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며 이탈리아는 2018부터 모든 비닐봉투를 생분해성으로 전환하고 유료화 했다. 네덜란드는 2050년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원자재만 사용하는 완전한 순환경제 목표를 발표했다.

EU와 정책과 관련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플라스틱 대체제를 출시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어디서나 구하기 쉬운 자재를 이용해 대체재를 개발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바이오 플라스틱 스타트업은 벨기에의 두 잇(Do Eat)이다. 감자, 물, 곡물 잔여물로 100% 생분해 및 식용이 가능한 식품 포장재를 개발했다. 유통기한은 6개월이다.

모양이나 색깔 등 맞춤제작은 물론 식용잉크를 사용해 회사 로고로 새길 수 있다. 오븐, 전자레인지, 튀김기 등 고온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영국 스타트업 쉘웍스(The Shellworks)는 지난해 4월 버려지는 랍스터나 새우 등 갑각류의 껍질을 사용해 생분해 및 재활용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제조 공정은 간단하다. 갑각류 껍질을 잘게 부숴 키틴(chitin)을 추출한다. 갑각류의 외골격과 곰팡이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섬유성 물질이다. 여기에 식초를 섞어 녹인 다음 열과 바람을 이용해 가공하면 바이오 플라스틱이 완성된다. 화학첨가물 없이 키틴과 식초 두 가지로만 제조하기 때문에 퇴비로도 재사용이 가능하다. 인시야 재퍼지(Insiya Jafferjee) 대표는 “런던 랍스터 체인점 한 곳에서만 연간 355t(톤)의 랍스터를 사용하는데 12만 5,000kg의 키틴을 확보할 수 있다”며 “매년 750만 개의 비닐봉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스타트업 락팁스(Lactips)가 개발한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료는 카제인(casein)이다. 우유의 주요 단백질이다. 카제인으로 작은 덩어리인 펠릿(pellet)을 만든다. 열을 가해 얇은 비닐부터 무게감 있는 제품까지 원하는 모양대로 제작할 수 있다. 소재가 안전하기 때문에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 물에 넣으면 금방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

랍틱스는 호라이즌(Horizon) 2020을 통해 150만 유로(한화 약 20억 원)를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독일 종합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프랑스 금융기업 BNP파리바그룹(BNP Paribas)도 시장진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