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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은 흘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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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홈지기 작성일16-05-18 15:02 조회3,6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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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메콩강은 흘러야 한다 - 민은주 (환경과 자치연구소 책임연구원)

강의 길이 세계 12위, 유수량 세계 8위, 생물종 다양성 세계 2위, 담수 어업량 230만톤으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곳, 바로 메콩강이다. 환경에 관심있는 지구인이라면, 생태사회를 꿈꾸는 활동가라면 생물다양성에 반하게 되고, 무려 6,700만명의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넉넉한 품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강이 아름다운건 그 속에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메콩강은 그 이름처럼 ‘어머니의 강’ 이 되어, 뭇 생명들에게 안식처가 되고 소박한 사람들이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삶의 터전이 되어 주고 있었다.
중국 서남부 윈난성의 티벳 고원에서 발원하여 인도차이나 반도의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에 이르는 동안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생명들을 품고 있다. 냉전시대의 메콩강이 국가간 경계로서 의도하지 않게 상당기간 자연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개척되지 않은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발산하는 메콩강에 점차 슬그머니 다가서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전환에 나서면서 메콩강 일대는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중국과 태국을 제외하면 체제전환직후의 저발전 상태이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바탕으로 곧 가까운 미래의 신흥시장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미국은 메콩하류유역계획(LMI:Lower Mekong Initiative)을 출범시켰고 일본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한-메콩외교장관회의를 정례화하면서 포럼을 시작하고 2014년에는 한국-메콩교류의 해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메콩유역내 국가들 간에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형성되면서, 대규모 개발자금과 기술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다양한 갈등 또한 양산되고 있는데, 특히 메콩 본류와 지류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수력개발은 가장 논쟁적인 이슈가 되었다. 중국은 메콩유역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메콩강 상류에 6개의 거대한 댐을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라오스는 메콩강 유수량의 35%를 차지하면서 메콩의 수력개발을 국가산업발전의 핵심분야로 설정하고 2013년까지 8개의 댐을 건설하여 2,000MW의 전기를 생산(‘14)하며 2020년까지는 생산된 전력의 90%를 수출 할 계획으로 있다. 특히, 메콩강 본류에 건설 중인 싸야부리댐(Xayabouri) 댐과 돈사홍 댐은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 중 하나이다. 싸야부리댐(Xayabouri) 댐은 자국내의 수력댐 건설을 중단한 태국전력공사(EGAT)와 민간기업의 회사 그리고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메콩강 하류에 위치한 4천여개의 섬, 시판돈에는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민물돌고래 가족이 서식하는 보호구역이다. 그런데 보호구역 인근에 돈사홍 댐이 지어지고 있어 방문한 이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돈사홍댐은 Megafirst라는 말레이시아계 기업이 건설을 주도하는 것으로 싸야부리댐에 이어 메콩강 본류에 두 번째로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건설 중에 있는 돈사홍댐과 캄보디아의 세샨2댐(Sesan 2 Dam)이 생태계 파괴 및 어족자원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산댐이 건설중인 캄보디아는 메콩강 하류에 위치해 있어 중국과 라오스의 본류 댐 건설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국가이나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고 있어 반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전력보급율이 31%라는 통계가 있으나 우리가 방문한 캄보디아의 스텅트랭(Stung Treng) 마을 주민들은 메콩강이 주는 어족자원으로 풍족하면서 여유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메콩강의 지류인 세산강의 품에서 자가발전으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 전통 문화도 지키고 살아가고 모습이 부러움을 자아내었다. 그러나 세산 댐(Sesan Dam)이 건설 중이라 90퍼센트 이상이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감옥같은 이주단지로 내쫒길 위협에 처해 있었다.  28번째 ‘풍어제(Kro Hom Kor River Spirit)가 열리는 지난 2월 28일, 세산 강의 신(spirit)에게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적인 의식(paryer ceremony)이 거행되었다. 이 날은 인근 5개 마을주민이 모두 모여 댐반대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함께 진행하였다. 새벽 일찍 라타나기(Ratanakir) 지역에 모여, 세산 강을 한 바퀴 크게 돌면서 평화로운 집회를 한 다음, 100여대의 트랙터를 앞세우고 마을을 지켜주는 영혼의 집으로 향했다. 뜨겁게 내려쬐는 적도 가까이의 햇살과 울퉁불퉁한 구릉지의 산길도 주민들의 댐 반대 의지를 꺾지는 못하였다. 순박한 주민들이 소망하는 건, 예전처럼 자족하면서 메콩강과 메콩강의 지류인 세산강의 품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2016년 2월, 태국 및 라오스 등 메콩강 유역의 주민들 및 6개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메콩와치가 추최한 열흘간의 ‘현장 워크샵(먹거리의 안전과 강 그리고 개발)’에 참여하였다. 태국은 정치적 상황이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학생운동 및 지역운동 등 민주화 운동이 매우 활발했던 곳이나, 지금은 군부가 집권하고 있다. 1990년 팍문 댐(Pak Mun Dam)이 건설되고 94년 완공되자, 메콩강의 지류인 문강(Mun River) 유역의 주민들은 매우 강하게 저항하였고,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댐 현장을 점거 농성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태국정부는 환경 및 사회적 영향평가를 다시 하게하였고, 이 연구를 수행한 우본 대학에서는 심각한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이 있으니 5년간 수문을 열고 모니터링을 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태국정부는 일년 중 단 4개월만 수문을 개방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지역주민들에게서 식량과 소득원을 빼앗아 갔으며 주민들의 안정되고 풍요로운 삶을 파괴하였다. 지금까지도 주민들은 지속가능한 어업자원의 보존을 촉구하면서 힘겹게 싸우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서인지, 현장 워크샵의 일정은 우본 대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연구자, 지역주민 그리고 6개국 활동가들이 모여 세미나를 개최하였는데, 우리나라의 학회 및 세미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학-연-지역주민’의 강한 연대와 집중적인 토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메콩강에는 781종의 어류가 생물 다양성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으며 이 중 문강에 서식하는 파소이(Pa Soy)라는 매우 큰 회귀성 어류는 지역주민들의 양식이자 주 소득원임을 알게되었다. 대략 6천만명의 주민들이 메콩유역에서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에게 어류는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자 4천만명의 유역민들에게 76억달러의 소득을 안겨주는 소득원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댐 건설 이후 상당부분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더 이상 어업에 종사할 수 없는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수문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어진 현장 워크샵을 통해, 8개의 수문 중 4개를 우기에는 열기로 한 약속을 태국정부는 지키지 않고 있었으며 건기의 문강은 앙상하게 말라있어 수력발전을 하기에는 부적합해 보였다. 건기에는 담수량이 부족해 발전이 안되고 우기에는 메콩강의 영향으로 낙차가 없어 또 발전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무리하게 수력발전을 계속하는 것일까?
가장 적극적으로 댐건설에 나서고 있는 곳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이다. 메콩 유역의 대규모 개발을 통하여 국가 간 무역과 지역적 시장경제권(Regional Market Economy)을 형성하기 위하여 메콩지역프로그램인 GMS(the Greater Mekong Subregion Progra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산2댐은 중국, 베트남 자본까지 가세한 8000억짜리 토목공사로 진행되고 있다. 70년대, 80년대 절정을 이루었다가 90년대 크게 축소되다가 다시 2000년대 지원을 재개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세계은행(WB)와 마찬가지이다. 또한 라오스 정부는 전력수출을 경제개발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서부발전, SK 건설 및 태국 전력청(EGAT)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라오스 남부 메콩강 지류에 410MW급 수력발전을 건설 중이다. 특수목적 회사를 설립하여 라오스 정부 앞으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실행하는 BOT 방식, 즉, 한국의 자금이 라오스 정부를 통해 한국기업으로 전달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국제 자본에 맞서 국제적인 NPO들의 연대도 강화되고 있다. 태국의 경우, 2011년 탁신총리 시절, 치수사업의 일환으로 태국 물관리 사업의 우선대상자로 한국의 수자원공사가 선정되면서부터 국제적인 연대가 시작되었다. 빈국의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메콩강 개발이 계속되는 한, 우리 활동가들도 바쁘게 연대하고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 세산댐을 함께 막아내 보자고 한 캄보디아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메콩강과 메콩강에 기대어 사는 뭇 생명들, 그리고 주민들의 간절한 호소에 응답하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메콩강은 끊임없이 흘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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